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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생명의 신비

by 서풍광시곡 2020. 7. 14.

 "생명의 신비"는 임신을 하고 새 생명이 탄생하는 데까지의 경이로운 과정을 2조 4천억원의 제작비와 7년 동안의 제작기간을 걸쳐 만들어진 엄청난 다큐멘터리였다.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아기가 크는 과정, 아이가 모유를 먹을 때 입속의 모습 등 촬영하기 어려운 과정들을 특수 카메라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생생한 화면들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경이롭다. 한 생명의 탄생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새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된다. 이것은 이때까지 봐왔던 다큐멘터리와는 시작부터가 달랐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아이가 생긴다고 설명했었던 이때까지는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여기서는 사랑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하였다. 커서 결혼을 하면 당연스럽게 정자와 난자가 만나 아이를 낳고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한 생명의 탄생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 남녀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서 함께 살아가며, 생명탄생의 첫걸음은 시작이 된다. 정자가 2~5cc 정도의 정액 중에 올챙이처럼 생긴 부유하는 0.5미크론의  3~5억의 정자가 자궁경부로 돌진해서 질 내의 산성에 의해 절반이 죽고 살아남은 가장 강한 정자가 자궁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정자는 여기서 안심할 수 없다. 경관점액전을 이겨내고 자궁상부로 가기위해 역행을 이겨내야 되는 등 더 험난한 길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난소에서 배란되어 나온 난자는 나팔관을 따라 통과하다가 소량의 건강한 정자와 만나게 되고, 정자는 마지막 힘을 쏟아 부어 난자 영양세포를 이겨내고 난자 안으로 들어가 수정을 하게 된다. 이렇게 정자와 난자가 합해진 수정란은 난자의 23개의 염색체와 정자의 23개의 염색체가 합쳐진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생명체로서 분열이 시작된다. 수정란은 분열을 하면서 자궁내벽에 도달하게 되며, 가장 알맞은 자리를 선택해 그 곳에 착상을 하게 된다. 이제 자리를 잡고 엄마 품을 느낄 시간이다. 3주까지의 태아는 아직은 그저 세포들의 결집체에 불과하다. 4주째 부터의 태아는 사람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머리와 가슴, 팔과 다리를 구분할 수 있게 되고, 눈과 코, 입의 자리에 구멍이 생긴다. 8주가 되면 위와 장, 심장의 형태도 완성이 되고 성기가 형성되어 남녀의 구별이 가능하며, 11주에 들어서면 초음파를 통해 심장 박동소리도 들을 수 있다. 12주가 되면 뇌가 많이 발달하고 오감을 느끼기 시작하며 엄마의 희로애락 감정을 그대로 전달받고, 손발도 움직일 수 있게 되며, 19주에 접어들면서 태동이 느껴지고 얼굴의 모양이 분명해진다. 24주가 되면 아이가 눈을 뜨는 시기로써 눈꺼풀이 나누어지고 콧구멍도 뚫리고, 30주부터는 출산에 대비하여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위치를 잡아가고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몸을 움츠리는 등 예민하게 반응한다. 32-35주가 되면 모든 감각기관이 발달하고 이제 출산을 하여도 무방할 정도이다. 36-39주 드디어 태아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엄마의 자궁 속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안전하게 자라온 태아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 건 태아에게는 대단히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10개월 동안의 힘든 고통을 참아내며 아기를 기다렸던 엄마는 아기를 보는 순간 그 아픔이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들어낸 새 생명의 탄생이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울까.

 난자의 배란 시작해서, 수정, 착상, 탄생 ··· ···. 이런 것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우리 몸에서 순환하도록 만들어 진 것이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어떤 기계라도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오직 한사람에게 한 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 각자 자신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아가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깊이 와 닫는다.

 내가 이 비디오를 보기 전, 내가 만약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다면 나는 나의 미래를 위해서 중절수술은 꼭 필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임신을 알게 되는 4-8주는 태아가 벌써 사람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후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갓 한 생명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태아에게 그런 짓을 하기로 마음먹었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여러 대중매체를 접하다 보면 어린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덜컥 낳아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그 사람들은 이때까지 생각했던 것처럼 한심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와준 돈으로는 결코 살수 없는 생명이라는 소중한 것을 지킨 아주 용감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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