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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 서평

by 서풍광시곡 2021. 3. 27.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라고 한다. 그는 후세에, 시기를 막론하고 가장 다양한 계층에게서 폭넓은 지지를 받은 인물이며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관련 서적은 이미 국내에 수 권이며 학술적으로나 전쟁사적으로 여전히 연구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한 그가 남긴 난중일기는 단순한 일기로써의 가치뿐만 아니라 그 당시 정치, 경제, 문화사적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수군에 대한 학술적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해진다. 그러나 우리가 난중일기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의 인간적인 면모와 무인으로서의 충과 의, 그리고 신의 가치를 꾸밈없이 드러낸다는 점일 것이다.

임진왜란은 1592년에 발발하여 1598년에 종전되었다. 그러므로 난중일기 역시 1592년에서부터 1598년까지의 기록이다. 일기 중에는 종종 원균과 관련된 내용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원균은 이순신과 약간은 대립적인 구도를 이루고 있는 인물로써, 지금에 이르러서는 재평가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무능하고 권력과 공에 집착하는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 이순신은 원균에 대해서 음흉한 인물이라고 직접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물론 무인 특유의 간결하고 무미건조한 문체가 일기의 전반적인 구성을 이루지만 이러한 솔직한 서술은 흥미롭다. 그의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그의 어머니와 아들이 죽었을 때의 기록이다. 그의 막내아들은 왜적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는 이렇게 기록한다. ……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하지 못하신고.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듯하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하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런 어긋난 일이 어디 있을 것이냐. 천지가 캄캄하고 해조차도 그 빛이 변했구나. 슬프고 슬프다. 내 아들아, 너를 버리고 너는 어디로 갔느냐. 남달리 영특하기로 하늘이 이 세상에 머물러 두지 않는 것이냐. 내가 지은 죄 때문에 앙화가 네 몸에 미친 것이냐. 내 이제 세상에 목숨을 부지한들 누구에게 의지할 것이냐. 너를 따라 함께 죽어 지하에서 같이 지내고 같이 울고 싶건만 네 형, 네 누이, 네 어미가 의지할 곳이 없으니 아직은 참고 연명이야 한다마는 내 마음은 이미 죽고 형상만 남아 있어 울부짖을 뿐이다. 하룻밤을 지내기가 길고 길어 1년 같구나.(15971014)’ 이날의 이순신은 군신이나 영웅의 모습이 아닌 자식 잃은 아비의 모습만을 보인다.

난중일기를 읽다보면 이순신은 준비성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란 것을 느끼게 된다. 매일 같이 활이나 전술 공부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증진하고 시설을 보수하는 것과, 이러한 난중일기 역시 그의 준비성의 연장선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그는 일기를 통해서 무엇을 남기려고 하였던 것일까. 후세에 당시의 기록을 전해주려는 사려깊은 배려심에 였을까. 그는 일기를 통해서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였던 것이다.

새삼스럽게 그가 뛰어난 용기와 전장을 폭넓게 바라보는 시야, 냉철함, 나라에 충성하는 마음과 같은 것을 본받아야 하겠다라고 하는 것은 너무 유치하다. 이순신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 기쁨과 슬픔과 좌절과 외로움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은 인간 이순신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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